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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常

곽 훈: 시, 다, 선

전시명 : 곽훈(Kwak Hoon)
전시기간 : 2012. 8. 14(화) ~ 2013. 2. 17(일)
전시장소 : 대구미술관 3 전시실
참여작가 : 곽훈

 

곽훈은 한국적 재료의 사용을 통해 불교 사상과 동양 철학의 심오한 정신 세계를 표현한다. 이는 표현주의적 회화와 실험적 설치작품으로 나타나며, 특히 설치작품들은 회화와 마찬가지로 불교사상과 동양철학을 바탕으로 급변하는 한국현대사 속에서 묵묵히 제자리를 지켜오며 가장 한국적인 미감을 표현하는 독보적 작품들이다.
이번 전시에는 곽훈의 대표작 4점<시>, <찻잔>, <관조>, <겁/소리>를 전시한다. 이 작품들은 작가의 삶과 오랜 작품활동의 기저에 공통되게 흐르는 주제인 시, 다, 선에 관한 것이다. 시, 다, 선은 작가가 추사 김정희(1786-1856)의 화첩에서 우연히 발견한 세 개의 글자들로서 추사의 사상을 이루는 근원적 요소들이며, 작가곽훈이 세상을 바라보는 사물에 대한 인식의 체계이기도 하다. 추사의 글씨는 유불선을 회통하는 고도의 이념들을 품고 있으며, 동시에 일상적인 소재를 통하여 지필묵으로 잡아낸다. <세한도(歲寒圖)>(1844)가 그 예인데, 단지 몇 개의 선들로 그려진 단순한 형태의 집은 전체적인 모양세보다 그것의 건축적인 공간구성으로 이해되며, 곽훈의 작품<시>는 이러한 추사 작품의 단순함으로부터 오는 고졸함과 구축적인 공간구조에 대한 정신적 승계로 볼 수 있다. 또한 추사는 문자를 통해 정신적으로, 조형적으로 사물의 근원을 꿰뚫어 보고자 시도하며, 그의 <찻잔>은 본래 찻잔이 가지고 있는 우리 문화의 정체성과 정신에 대한 제안이기도 하다. 한편, 추사는 불교에 입교하지는 않았으나 불심이 깊고 불교에 대한 지식이 방대해 구족계(具足戒)를 받기도 하였다. 추사는 그림과 문자들을 통해 불교의 ‘선’을 실천하려 하였으며, 이는 추사자신이 추구하는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 곽훈 역시 자신의 삶과 작품활동을 통해 오랜 기간 ‘선’을 추구해오고 있으며, 이번 전시의<관조> 와<겁/소리>가 그 예라 할 수 있다

 

글출처:대구미술관